[기고/최순자]1조원대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 해당 산업계가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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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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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인하대 교수
최순자 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인하대 교수
얼마 전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1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기술문화공간(가칭)을 서울 용산에 건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술 중심의 인문, 문화, 역사 그리고 기업과 제품이 만나 교육이 이뤄지는 복합공간을 조성해 산업기술 생태계의 저변 확대와 창의적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 기본방안’을 확정해 건립준비위원회 구성 및 운영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선진국 대열 턱밑에 도달한 대한민국은 국민총생산 1조 달러로 세계 13위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인 나라, 세계의 많은 나라가 지난 60년간의 성공적 산업 역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나라다.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 계획은 환영할 만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불모지에 국가 중화학공업의 효시 역할을 한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고속도로,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그리고 포항제철 등에 대한 산업 역사 공간을 이제야 만드는 것이 늦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1960, 70년대 주역이었던 6080세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산증인들의 역사를 남기는 것은 국가적 프로젝트일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1조 원이 들어가는 공간을 꼭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때 왜 세금을 써야 하는지, 산업 현장은 각 지역에 있는데 왜 서울에 건립해야 되는지, 건립에 찬성하지만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등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성공적으로 건립해 운영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에는 해당 기술과 산업 역사를 이끌어온 산업계가 앞장서야 한다. 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했던 현대건설이 건재하고, 석유화학단지의 대표적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는 한국 정유산업의 모체다. 또 선박 제조 관련 세계적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있으며, 세계 5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 세계 철강업계 선두주자인 포스코도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LG화학 등도 세계적 기업으로 우리의 자랑이다. 그러므로 산업기술 생태계의 저변 확대와 발전 그리고 이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그 산업을 일으킨 해당 기업이나 산업계가 책임을 갖고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 산업기술문화공간의 건립과 운영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이제 관 주도의 대형 건물 건립이나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 국민총생산과 국민소득이 낮았던 1960, 70년대는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를 국가가 선도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그런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력이나 신용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계를 둘러보면 이와 비슷한 성격의 박물관들이 꽤 있다. 그러나 오래전에 건립됐지만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였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지경부가 벤치마킹한 독일 뮌헨의 과학기술박물관은 뮌헨 출신 사업가 오스카 폰 뮐러가 1903년 시작해 22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건립했다. 또한 미국 시카고의 산업박물관은 1893년 세계 컬럼비안 엑스포(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를 위해 만든 자리에, 자선사업가 줄리어스 로젠월드가 낸 기부금 500만 달러로 재건돼 1933년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도 기업가들이 만드는 문화재단 등을 활용해 개인 재산의 사회적 환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볼 때 각 산업 관련 문화공간은 각 지역에 분산돼야 한다. 이는 지역 교육공간으로 활용, 지역 산업으로 인재 유입, 관광객의 지역 유치 등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최순자 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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