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총선 공천심사위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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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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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이번 주 내로 공천심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으로 인해 정치권은 정치개혁, 특히 정당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어 공천심사위원회는 앞으로의 정국에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정치에 대한 근본적 변화 요구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야당은 야권 통합을 통해 각각 정당 쇄신의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지만 그 노력의 실질적인 결과는 각각 공천심사위원회의 활동 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즉, 여야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과 그 활동 결과가 한나라당의 비대위 활동과 당명 개정, 그리고 민주당과 야권세력의 통합 성과들이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구태 정치의 일상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당정치의 개혁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증명하는 제1단계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거 여야의 공천심사위원회는 당리당략과 사적 권력추구욕에 의한 정치적 거래에 입각한 공천행위를 일삼아 왔다. 지역주의, 계파 간 협상, 정당 보스의 권력 확장, 정치인들의 합종연횡 등이 공천의 주요 요소였으며 공천심사위원회는 형식적인 도구에 불과했다. 최근 부분적인 국민경선제가 도입되고 일부 외부 인사가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개선의 가닥을 보여 왔으나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정치적 공천 관행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최대의 관심과 목적을 공천에 두게 하였고 국민 대표로서의 국가이익과 민생정치는 뒷전으로 미루게 하였다. 국회에서의 싸움과 파행적 행태도 결국 공천 경쟁을 위한 과도한 충성심의 발로라는 설이 있다.

이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는 선거에서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여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야당 지도자의 당선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시민후보 당선 등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그만큼 국민의 정치의식은 향상됐으며 정치인들은 이를 뒤따라가기 바쁘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공정성의 두 조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위원회의 자율성을 위해서는 우선 위원들이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므로 위원장과 위원들은 당외 인사들로서 정치적 감각과 합리적 판단력을 가진 인사들이 다수를 이뤄야 할 것이다. 특히 위원장은 사회적 평판이 좋으면서 정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신이 있는 인사여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인사들이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말이 있는 만큼 위원회에 참여하는 당내 인사들은 의사결정보다는 당의 입장과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역할만 해야 할 것이다.

자율-공정성으로 국민이 공감해야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심사는 당연히 공정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정성은 공천 배제 및 선정 기준의 객관성에 기초해야 한다. 여야에 따라 객관성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공통분모는 국민이 공감하는 기준일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그 첫째가 국민의 4대 의무를 준수하는 등 투철한 준법정신이며, 둘째는 국민을 존중하는 강한 정치적 책임성일 것이다. 공천심사 규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규정 심의기간에는 재판의 배심원들처럼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야 모두 공천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 변화의 요구 못지않게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제19대 총선 공천심사위원회는 총선 및 대선의 결과와 당의 운명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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