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내 편은 무조건 감싸라”고 가르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그제 후보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준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업무 복귀 환영’ 논평을 내고 “최종 판결에서는 선의(善意)가 인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법부가 상급심에서는 곽 교육감의 선의를 인정해 무죄판결이라도 내리라는 말인가. 2009년 4억 원의 재산신고를 누락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자 전교조가 “서울 교육 수장으로서 법적 도덕적 자격을 잃었다. (공 교육감이) 3심 판결 운운하며 자리 보전에 욕심을 낸다면 혹독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것과는 180도 다른 반응이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참여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에서도 곽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공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애초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를 서울시민이 지지한 것이므로 서둘러 공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곽 교육감이 받은 유죄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학생인권조례만 공포해 주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같은 진영(陣營)이면 불법 행위도 감싸거나 침묵하는 반면, 다른 진영이면 똑같은 행위를 해도 무조건 악으로 모는 것이 진영 논리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같은 ‘팩트’에도 진영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관점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교육은 옳고 그름의 분별력을 가르치고, 도덕적 심성과 행동을 북돋워야 한다. 교육자에게 다른 직업과는 다른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에도 진영 논리에 따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전교조가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곽 교육감은 감싸고, 150만 원을 선고받았던 공 전 교육감에게는 비난을 퍼부은 것은 “내 편은 무조건 감싸라”고 가르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좌파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전교조가 정신을 차리는 것”이라며 “도대체 애들 어떻게 가르치시려는지,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나요”라는 글을 올렸겠는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