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박희태는 안 되고 임종석은 된다?… 민주당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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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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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기자
조수진 정치부 기자
“잡아뗀다고 넘어갈 일도, 불출마로 무마될 일도 아니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 논평)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한가운데에 선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해외순방에서 돌아와 “모르는 일이지만 사죄하는 마음으로 4월 총선엔 불출마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이 들고일어났다. 박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의장직 즉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장이 사회를 보는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가 이날 단행한 임종석 사무총장 인선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임 총장은 삼화저축은행에서 1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28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임 총장의 발탁은 그의 무죄를 확신하기 때문에 단행한 인사”라는 게 한 대표 측 설명이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박 의장을 공격한 논평과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박 의장 사건이 아직 의혹 단계라면 임 총장 사건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거쳤다.

한 대표는 13일 자신의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진실이 권력을 이겼다”며 재판 결과를 반겼다. 그런 한 대표가 임 총장의 유죄 선고 결과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임 총장 역시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사청탁과 관련해) ‘그림로비’ 연루 의혹을 받았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저의 1심 재판부였다”고 했다. ‘유리하면 수용, 불리하면 수용불가’라는 이중적 태도다.

민주당은 연일 한나라당을 상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 등을 놓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연루된 비리 혐의나 불리한 재판 결과에 대해선 “음모”라고 일축해서는 공세의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4월 총선에서 한 대표와 임 총장이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각종 비리 부패 의혹자를 공천에서 제외하겠다”며 쇄신 공천의 칼을 꺼내 들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높아진 도덕적 기준을 민주당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대안정당,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원칙’을 중시하는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지 않은가.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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