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조직 ‘일진회’의 대장인 학생이 수업 중에 교실에서 담배를 끄라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담배를 책상 위에 비벼 껐다. 교사가 학생의 욕설을 꾸짖자 일진을 따르는 학생들은 확정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를 들이대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거냐”고 항의했다. 일진 학생은 “선생님 돈 많아요? 그럼 때려보세요. 얘들아, 잘 찍어라”라며 교사를 조롱했다. 일진회 학생들이 논란 대상인 학생인권조례를 방패 삼아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교사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불량서클 수준을 넘어 성인 조직폭력단을 닮은 일진회는 중고교마다 있다. 학교폭력으로 악명 높은 수도권 일부 중학교의 학생주임 교사들이 털어놓은 일진회 실상(본보 1월 14일자 A12면 보도)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일진회를 없애기가 얼마나 어려울지를 실감하게 한다. 중고교 일진회가 외부 폭력배와 연계해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일진회 출신 고교 중퇴생과 그의 선배 이모 씨는 중고교생 50여 명을 관리하며 서울 강남 일대 20여 개 중고교에서 학생 700여 명을 피라미드식으로 협박 또는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일선 교사들은 생활지도를 거의 포기한 채 일진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외면하는 실정이다. 해결 능력이나 통제할 권한도 없이 문제를 노출했다가는 학부모들과 교육당국의 추궁으로 학교와 교사들만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학교폭력 대책으로 전국 경찰서에 최소 1명 이상의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두기로 했다. 전국 중고교의 일진회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전수(全數)조사를 통해 실체부터 파악해야 한다. 전담 경찰관도 늘리고 일진회 학생과 피해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 관찰이 필요하다.
보복 폭행이 두려워 학생들이 신고를 기피하는 것도 일진회가 소탕되지 않는 요인이다. 당국과 학교가 일진회를 소탕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만 피해 학생들도 두려움을 떨치고 고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일진회의 폭행-상납 고리도 끊어야 한다. 상납 액수를 못 채우면 폭행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일진회 회원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선량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교폭력조직을 뿌리 뽑는 일대 결단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