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사실상’ 대표, 포용과 덧셈 정치 보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요즘 시중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단골 화제로 오른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다. 정치권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안철수 바람에 대해 “마치 유령과 맞선 것 같다”고 토로한다. 안 원장이 정치적 비전과 연대할 세력을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정면 대응을 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일부 친박(親朴) 인사들은 대선 출사표도 내지 않은 안 원장과 박 전 대표를 1대1로 가상 대결시키는 여론조사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가상 여론조사에 대해 안 원장을 띄우려는 모종의 음모라고 몰아세우는 시각은 구태의연하다. 3년 넘게 지속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초조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그 원인을 분석해 보는 게 정도(正道)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당’이나 다름없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홍준표 대표가 선출됐지만 실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도 아니고 박 전 대표라는 게 당내의 지배적 관측이다. 요즘 박 전 대표의 한마디는 곧바로 당론(黨論)처럼 돼버린다.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복지 당론을 다시 정리하고, 당 쇄신 논의 방향도 박 전 대표의 한마디로 가닥이 잡혔다. 친박 진영의 행보가 앞으로 더 진중해야 하는 이유다.

신주류인 친박 진영이 60%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에 걸맞은 포용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후 포용하면서 세력을 넓히는 덧셈 정치보다는 배제하고 견제하는 뺄셈 정치의 양상이 두드러진다. 친박계 한 의원이 최근 각종 신당설을 겨냥해 “박 전 대표를 흔들다가 밤송이에 맞아 머리통이 터진 사람이 많다”고 한 말은 옹졸하다. 참모들이 충성 경쟁하느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국이 마무리되면 한나라당은 당 개혁과 공천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진영은 외연 확대를 위해 측근들의 2선 퇴진 등 다양한 승부수를 던졌다. 박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경쟁 후보는 물론이고 안 원장까지 범여권 무대에 함께 세우는 그랜드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여권 후보군이 다양해질수록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측근 그룹이 넉넉하게 싸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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