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귀순자의 육성을 국민에게 들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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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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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며칠 전 입수한 KBS의 ‘2011년 국민 통일의식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1024명의 설문 응답자 중 “북한의 정권과 집권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6%인 99명이 “호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매우 호감을 느낀다”고 답변한 사람이 25명, “어느 정도 호감을 느낀다”고 한 사람은 74명이었다. 북한 정권에 호의적인, 이른바 친북(親北) 종북(從北)세력의 실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아닌가.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자 631명(61.6%)의 존재로 상쇄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다.

親北 토양에서 퍼지는 독버섯

KBS의 2005년과 2010년 조사에서도 북한 정권에 호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각각 9.8%와 12.2%를 차지했다. 우리 국민 가운데 북한 정권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변함없이 지지하는 세력이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3대 세습을 시도해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해도 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형편이니 최근 3년간 경찰에 적발된 친북사이트 운영자 8명 중 1명이 초중학생이라는 뉴스는 놀랄 일도 아니다. 어린 학생들은 북한 선전매체에 실린 김정일 찬양 글과 사진을 퍼와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게재했다. 학생들은 북한 자료를 퍼뜨린 이유를 “방문자 수가 늘 것 같아서” “내용이 신기해서”라고 둘러댔지만 진실은 다른 데 있다. 어른 가운데 잠복해 있는 친북세력이 동심(童心)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친북토양이 있기 때문에 독버섯이 자라는 것이다. 경찰이 최근 3년간 검거한 안보사범 360명 중 교사가 31명으로 단일 직종 가운데 직업 운동가(138명) 다음으로 많았다. 이들은 모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었다.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지뢰밭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왕재산 간첩단처럼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드는 북한의 공작에 대한 대책보다 북한 체제 옹호세력을 도려낼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은 “북한 정권에 호감을 갖고 있는 국민의 다수는 북한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이 문을 걸어 잠그고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북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자산이 있다. 국내에 입국한 2만3000여 명의 탈북자 모두가 살아있는 교과서다. 22명의 북한 주민이 지난달 30일 5t짜리 목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했다. 일본을 거쳐 지난달 4일 입국한 탈북자 9명도 있다. 이들만큼 정확하게 북한의 요즘 형편을 증언할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탈북자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입국한 탈북자나 귀순자가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북한 독재체제의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997년 황장엽 전 비서의 회견 이후 귀순자와 탈북자 기자회견이 사라졌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좌파정부는 그렇다 해도 이명박 정부가 탈북자의 ‘북한 실상 공개’를 회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안위가 걱정돼 노출을 꺼리는 탈북자들이 있지만 신분을 감추고 증언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자들이 대신 지옥 같은 북한 생활을 국민에게 전하게 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우리 사회에 대한 반감 때문에 북한 정권을 호의적으로 보는 국민의 시각을 바로잡을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국민이 탈북자와 귀순자의 육성(肉聲)을 듣고 북한 정권의 실상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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