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청장이 뉴스 보고 조폭 난동 아는 ‘치안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21일 밤 인천의 두 폭력조직이 경찰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조직원이 상(喪)을 당해 조폭이 모인다는 첩보에 따라 경찰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양쪽 계보에서 100여 명의 조직원이 몰려들어 패싸움 직전 상황으로 치달았다. 문상하러 온 조폭을 무작정 검거할 수 없는 데다 순식간에 칼부림이 벌어져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혼자서 밤길 다니기가 두려운 세계 여러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치안 선진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폭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유혈 난동을 부렸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이날 조폭들이 서로 대치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자 시민들의 신고가 잇달았지만 경찰은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이 사건을 알게 됐을 정도로 보고 체계도 흐트러졌다. 인천에서는 올 4월에도 30여 명의 조폭이 번화가에서 흉기를 들고 1시간 넘게 난투극을 벌였으나 경찰은 9명만 불구속 입건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사법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틈타 조폭은 우리 사회 곳곳에 기생(寄生)하며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합법적인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온갖 이권에 끼어들다가 뜻대로 안 되면 떼로 몰려가 폭력을 행사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에 사채를 빌려주고 상장(上場)시킨 뒤 높은 이자를 뜯어내다가 회사 문을 닫게 하는 사건도 있었다. 불법 다단계 사업체를 운영하며 서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올 들어서만도 조폭들은 프로축구 승부조작, 국제공항 택시 영업, 대학총장 선거 등에 개입하며 파렴치한 범죄를 일삼았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조 경찰청장은 경찰조직 평가의 기본틀로 삼았던 이른바 ‘성과주의’의 폐해를 인정했다. 경찰이 실적을 높게 평가받는 살인강도 사건이나 기획수사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정작 민생 관련 범죄 수사에는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 경찰은 성과주의 대신 ‘국민 중심 활동’이라는 새로운 평가 요소를 만들고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다짐했다. 국민을 불안케 하는 조폭 범죄를 뿌리 뽑는 것이야말로 ‘국민 중심적’인 활동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조폭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검거에 나서야 한다. 서민과 기업을 갈취 대상으로 삼으며 독버섯처럼 번져나가는 조폭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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