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不通’ 꾸짖더니 청와대 대화 왜 거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민주당 지도부는 어제 국회부의장단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등 국회 지도부가 참석하는 청와대 초청 오찬간담회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그제 여야 대표와 5부 요인 초청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이유를 다 설명했기 때문에 더 들을 얘기가 없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마저 박차버리는 선명한 투쟁이 극성스러운 당내 한미 FTA 반대파들에게 시달리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민주당은 틈만 나면 이명박 정권을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不通)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민주당이 정작 중차대한 국익이 걸린 한미 FTA와 관련해 대통령 및 여당 지도부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외면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정파 간에 서로 생각이 달라도 자주 만나 대화하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소통이고 민주주의다.

민주당이 청와대 초청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6월 청와대의 국회 상임위 초청 간담회에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영수회담을 하기 전에 간담회를 여는 것이 순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후 예정됐던 여야 대표 초청 오찬 행사도 민주당의 불참 결정으로 연기됐다. 이런 일이 잦다 보면 국민은 불통 대통령이 아니라 불통 야당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 간담회에 불참한 것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지지층과 단일화 협상 상대인 민주노동당 등을 의식한 제스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민노당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서도 극단의 세력은 한미 FTA를 ‘을사늑약’ 운운하며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당이 민노당이나 당내 과격파들에게 끌려다닐수록 국민의 지지가 넓게 분포돼 있는 중원(中原)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에는 목소리가 작기는 하지만 한미 FTA에 찬성하는 사람도 많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친노(親盧)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遺業)인 한미 FTA 자체를 찬성하고 있다. 한미 FTA는 경제영토를 넓히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적인 전략임이 한-페루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를 통해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민주당은 FTA 지지와 반대를 놓고 우왕좌왕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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