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 한미 FTA 국내비준 리더십 보여야

  • 동아일보

미국 의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단 6일 만에 신속하게 비준했다. 2007년 4월 협상 타결 이후 정권교체와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 탓으로 4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정치적 합의에 이르자 빠르게 움직였다. 누가 뭐래도 1등 공신은 한미 FTA 의회 비준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실업의 증가와 일자리 유출의 우려 속에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정치 환경이지만 대외무역의 강화가 살길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의회 비준을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선물로 내놓아 두 정상의 신뢰와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다. 그는 한국 의회의 FTA 비준 전망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믿는다”고 격려와 기대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 즉시 국회 비준을 위한 설득 작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여야 합의로 해결할 일이라고 미뤄둘 것이 아니라 청와대 참모를 보내 의원들을 설득하고 필요하면 직접 야당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야당에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무역조정지원제도 도입 등 국내 절차를 통해 FTA로 피해를 보는 업종의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과 달리 비준안과 별개로 14개의 부수법안을 하나씩 따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안에 비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FTA 시행은 불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때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2007년 7월 내놓은 ‘한미 FTA 협상결과 평가보고서’에서 “제2의 장기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한미 FTA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금은 야당이지만 여당이었을 당시에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답은 FTA라는 상황 진단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재재협상을 고집하는 것은 한미 FTA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은 45차례나 박수가 터져 나온 미 상하 양원 합동연설, 미 국방부에서 미군 수뇌로부터 받은 안보 브리핑 같은 화려한 성취는 잊어버리고, 까다롭고 엄중한 국내 정치의 현실로 복귀해야 한다. 여당을 채근하고 야당을 설득해서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에 시동을 거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한국은 모처럼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에 한발 앞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았다. 한미 FTA를 활용해 경제를 살릴 방안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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