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梁 대법원장의 ‘튀는 판결’ 지적 옳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용훈 사법부에서 잇따라 나온 ‘튀는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튀는 판결과 소신 판결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은 법 해석의 통일 기준이기 때문에 하급심은 그걸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폭력 사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었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은 1심에서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로 갈려 혼선이 빚어졌으나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났다. 똑같은 법률의 적용을 받고, 증거 인정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법관의 법률해석 논리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니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판사는 상급심에서 자신의 판결이 깨지는 것을 수치로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법관은 영미권 법관과는 달리 선례(先例) 구속의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판례 변경을 시도하기 위한 소신 판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상급심에서 파기될 것이 뻔한 판결을 한다면 그건 독단이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양심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천차만별(千差萬別)인 양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관도 공유할 수 있는 양심을 말한다. 헌법이 양심 앞에 헌법과 법률을 놓은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판사는 국민이 선출한 입법자(立法者)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이 판사 스스로 생각하는 정의와 다르다고 해서 입법적 법률해석을 하는 판사는 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검사가 유죄 취지의 기소를 했으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불이익이 따른다. 판사 역시 자신의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히면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권을 활용해 튀는 판결을 통제하는 것이 곧 법관의 독립성 침해는 아니다. 양 대법원장의 말처럼 판결은 운동경기가 아니다. 운동경기는 승패가 엇갈릴 때 관중의 흥미를 더 끌 수 있지만 판결은 결론이 엎치락뒤치락하면 불신을 받는다.

양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이 1년에 100∼200명씩 큰 기업 신규직원 채용하듯 법관을 채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판사가 된 사람 중에는 세상 공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튀는 판결을 막으려면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막 나온 신출내기보다는 변호사 경력을 쌓은 법조인을 중심으로 법관 충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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