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국철 폭로, 끝장 수사해 진실과 거짓 가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이명박(MB) 정권 실세들에게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는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폭로 리스트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외에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들어 있다. 이 회장을 만났다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회장이 거명한 ‘몇십억 줬다는 실세’는 세상이 다 알 만한 사람”이라며 MB 정권 최고의 실세를 지목했다. 이 회장이 실명을 공개한 박영준 곽승준 임재현 씨는 이 회장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어디까지가 권력형 비리인지, 근거 없는 폭로는 없는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일수록 더 엄격히 다뤄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든 없든 검찰은 법에 따라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어느 쪽으로든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폭로에 대해 “수뢰와 권력비리는 아니다. 이국철 리스트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발언에도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리스트가 있는지 없는지 청와대 관계자가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 검찰에서 수사 경과보고라도 받는다는 말인가. 대통령의 원론적 언급으로 충분하지,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사의 지침으로 오해받을 만한 말을 해선 안 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그런 말을 하면 검찰 수사에서 사실이 그런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국민은 ‘청와대 말대로 수사했구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이 회장은 말 폭탄만 터뜨리지 말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 자료가 있다”고 했으므로 MB 정권 실세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구체적인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 바란다. 검찰은 이번 폭로가 모종의 뒷거래를 위한 사실 부풀리기가 아닌지도 밝혀내야 한다. 최근 들어 검찰의 수사력에 의문을 품는 국민이 늘었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대형사건 수사능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검찰이 비리면 비리를, 허풍이면 허풍인지를 끝장 수사하는지 못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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