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 소비자 우롱한 농심 ‘신라면블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농심은 올해 4월 ‘신라면블랙’이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광고했다. 제품 포장지 앞면에는 ‘우골보양식사’라는 문구를 넣었고 ‘원기 회복에 좋다’고 선전했다. 이 라면은 출시 이후 2개월 동안의 매출이 160억 원을 넘어 ‘대박’ 상품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라면블랙의 표시 및 광고가 ‘허위 과장’이라고 판단해 시정 명령과 함께 1억5500만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매출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과징금이 서민 소비자를 우롱한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제재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한다.

신라면블랙의 영양가는 설렁탕 한 그릇에 비해 탄수화물이 78%, 단백질이 72%였고 철분은 4%에 불과했다. 신라면블랙은 비만과 관련 있는 지방 성분이 설렁탕 한 그릇의 3.3배, 고혈압 뇌중풍(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나트륨이 1.2배 들어있다. 이 라면 하나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성인 하루 영양소 섭취 기준치의 97%나 된다. 농심은 이런 신라면블랙에 ‘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고 표시해놓고 ‘완전식품에 가까운 보양식사’라고 허위 선전했다.

슈퍼마켓에서 기존 신라면은 한 봉지에 600∼73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신라면블랙은 두 배가 넘는 1400∼1700원이다. 기존 제품을 고급화한다며 시장에 내놓는 ‘프리미엄 제품’은 식품업계가 값을 올릴 때 흔히 동원하는 수법이다. 공정위가 허위 과장 광고를 문제 삼지 않았다면 품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제품을 두 배 값에 사먹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제품 이름에 수식어를 붙이거나 포장을 바꿔 가격을 올린 사례는 신라면블랙 말고도 많다. 롯데제과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를 사용했다며 아이스크림 ‘월드콘XQ’를 기존 ‘월드콘’보다 500원 비싼 2000원에 내놓았다. 동서식품은 원두커피 ‘맥스웰하우스 블루마운틴’ 포장을 400g에서 200g으로 바꾸면서 g당 가격을 27% 올렸다. GS리테일과 훼미리마트는 삼각김밥을 리뉴얼해 가격을 700원에서 800원으로 올렸다.

프리미엄 제품, 리뉴얼 제품을 구실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감시와 고발과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에 있다지만 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소비자, 특히 서민층을 상대로 악덕 영업을 하는 기업은 혼쭐을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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