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반값 등록금 선동’ 참으로 가소롭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북한이 연일 반값 등록금과 관련한 대남(對南)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5월 22일 등록금 인하 문제를 제기하기 50여 일 전인 4월 1일 평양방송을 통해 “등록금 및 취업 문제로 대학생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산하 대남 선전선동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4월 13일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내보낸 뒤 15일까지 24차례에 걸쳐 반값 등록금 투쟁을 선동했다. 남남(南南)갈등을 부채질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북한 매체들은 “미친 등록금의 나라 남조선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대학생이 한 해에 200∼300명에 이른다”며 반(反)정부 시위를 촉구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14일 “인터넷 가입자들이 찾아보는 검색어 중에서 ‘이명박 탄핵’이라는 검색어가 단연 1위를 차지했다”는 거짓 선전을 버젓이 올렸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일시적으로 시끄럽게 보여도 대학과 학생, 정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적절한 해법(解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강점이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수령(首領)독재 체제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정권은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걱정을 할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달려야 할 처지다. 1990년대 중반 2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굶어 죽었는데도 아직도 매년 식량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구걸외교’를 하는 처지에 반값 등록금 논쟁에 끼어드는 발상이 참으로 가소롭다. 북한에는 대학 같은 대학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대학도 무늬만 무료교육일 뿐이다. 북한 대학생들은 학교운영비 등 수십 가지 명목으로 대학에 내는 돈이 많다고 탈북자들이 증언한다. 한 탈북자는 “김일성대학을 다니면서 한 달에 쓰는 돈이면 우리 집 식구가 두 달간 먹고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정치 상황에 맞춰 반정부 이슈를 다양화하고 있다. 4월 13일 조선중앙방송이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반정부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 선동은 4·27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이었다. 우리 국민이 북한의 선전선동에 놀아날 줄로 알았다면 턱도 없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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