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려야 할 舊惡’ 검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 동아일보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경북 경산시 5급 공무원 김모 씨가 수사과정에서 담당 검사에게 폭행당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담당 검사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김승식 감찰1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해당 검사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이 내부의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 의지를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자살한 김 씨는 사인펜으로 작성한 A4용지 20장 안팎의 유서에서 “(4월 1일) 수사 과정에서 뺨을 3차례가량 맞았고, 가슴을 쥐어박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자신의 뺨을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받은 검사실 번호를 명기했다. 해당 검사는 “어떤 피의자에게도 폭행이나 욕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검사의 폭행 사실이 확인되면 기소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은 민주화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무조건 ‘모르쇠’로 버텨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검사들이 겪는 애로 사항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사는 증거주의에 입각해 적법 절차를 존중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 인권을 수호하는 기관인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반드시 버려야 할 구악(舊惡)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불법을 저지른 동료를 봐주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모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그랜저 차량을 받은 정모 전 부장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은 결국 특임검사팀의 재수사로 첫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검사들은 특권의식에 빠지기 쉽다. 검사에 대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당초 혐의와 관계없는 내용을 뒤져 자백을 강요하는 별건(別件) 수사가 숱하게 문제가 됐다. 검찰이 권력의 편에서 수사를 조절하는 것도 신뢰 추락의 요인이지만 강압 수사는 또 다른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다. 국민의 높아진 인권의식은 검사의 월권을 용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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