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퇴직연금이 도입된 것은 안정적인 노후 재원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 잦은 이직과 도산 등으로 푼돈이 되거나 퇴직금을 아예 못 받게 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하는 취지다. 최근 급속하게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노후 재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기존의 퇴직금으로는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근로자는 수급권을 보장받으면서 여러 가지 세제 혜택도 보고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계속 관리할 수 있다. 또 회사로서는 비용의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고 부채비율을 개선하면서 유연한 인사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인지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매년 평균 100%의 성장세를 보이며 적립금은 31조 원에 이르고 30% 가까운 근로자가 가입했다. 이처럼 외형만 놓고 보면 짧은 기간에 상당수의 근로자가 가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우선 가입 내용을 사업장별로 보면 500인 이상 사업장은 3월 말 기준 57%가 가입했다. 그러나 10인 미만 사업장은 4.5%에 불과하다.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가입률이 높은 반면 규모가 작을수록 가입률이 크게 떨어진다.
퇴직연금의 도입 취지가 노후 재원을 마련하고 수급권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중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퇴직금 제도가 적용된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가입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낮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중소규모 사업장에 민간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는 잦은 이직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사용자는 당장의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4인 이하 사업장에 한해서 민간 금융회사와 함께 퇴직연금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일종의 공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퇴직연금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조치다.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0%를 넘는다. 사업장 비율로는 약 65%에 해당한다. 퇴직연금으로 사회 보장을 확대한다는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도입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노후 재원 마련이나 퇴직급여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중소 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더욱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 그 수도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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