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후쿠시마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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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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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1, 22일 제4회 한중일 정상회의를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한중일 정상이 모일 경우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게 일본 측 기대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의 11일 후쿠시마 방문도 피해 주민에 대한 위로뿐 아니라 “이제 후쿠시마도 괜찮다”는 점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은 원자력 의존도가 높을뿐더러 수출시장에서는 라이벌이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나라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 대기에서도 잡히면서 한중일은 방사능 피해 측면에서도 같은 배를 타고 있음이 확인됐다. 국가별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3국 모두 원자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국민의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할 처지다. 그렇다 해도 상대국 정상을 사고 수습도 안 된 방사능 피해지역에 초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후쿠시마 시의 방사선량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제 겨우 사고 수습을 위해 직원들이 현장에 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구역에 사는 주민이 2시간 동안 방호복을 입고 집에 들어가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져오도록 허용했다. 후쿠시마에서 회담이 열리면 3국 정상은 방호복을 입고 회담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간 나오토 정부가 시즈오카 현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이웃나라 정상을 후쿠시마에 오게 해 안전성을 알리려는 것은 한국과 중국 국민에게 순수하게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 같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 냉각수를 바다로 내보내면서도 한국과 중국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원전사고의 잠재적 피해국인 이웃나라에 기본적 의무도 하지 않다가 상대국 정상을 사고지역에 초청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위험 지역’에 보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한중일 정상회의 제의로 우리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기보다는 간 총리가 주재하는 일본 내각 각료회의를 그곳에서 하는 것이 어떤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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