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투자는 않고 소비자끼리 싸움 붙이는 통신사

  • 동아일보

김상훈 산업부
김상훈 산업부
8일 오전 일부 언론이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공해 온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달 내로 폐지한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휴일임에도 SK텔레콤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속하게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국내 통신사 직원들은 지금껏 ‘개인적인 견해’라며 “상위 1%의 사용자가 전체 대역폭(통신용량)의 40%를 차지해 휴대전화 음성통화 품질마저 나쁘게 한다”고 강조해 왔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오래된 거짓논리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유명했을 때 국내 통신사들은 유선 인터넷 요금을 사용량만큼 내자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과다하게 쓰는 소수 사용자 때문에 투자비 부담이 늘어 일반 사용자의 통신요금이 오른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통신사는 시설 투자보다 고객 유치 경쟁을 위한 마케팅 비용에 훨씬 많은 돈을 쓴다.

통신사는 “무선은 유선과 달라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한다. 맞다. 그래서 이들은 ‘무제한 데이터’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하면서도 과부하가 생길 때면 사용자의 동영상 시청을 일부 제한했다. 이렇게 제한까지 하면서도 통화 품질 불량을 막지 못한다면 그건 오롯이 통신사의 투자 부족 탓이다. 게다가 기업이 돈 버는 걸 탓하고 싶진 않지만 통신사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많게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훌쩍 뛰었다. 스마트폰의 데이터통화 매출 덕분이다. 이렇게 돈부터 챙기고는 통화 품질 불량이 생기자 ‘과다 사용자’와 ‘선량한 사용자’를 나눠 소비자를 서로 싸우게 하며 슬쩍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통신사들은 7월부터 4세대(4G) 통신망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어서 현재 3세대(3G) 망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3G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는 이미 1000만 명이 넘었다. 이들 대부분은 2년 약정으로 해당 스마트폰을 샀다. 그렇다면 통신사 또한 적어도 2년은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

애프터서비스는 간단하다. 마케팅 경쟁을 줄이고 시설 투자를 늘리면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4G가 활성화되는 1년 뒤면 매몰될 비용이라고 보고 아까워 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는 그 1년을 통화 품질 문제로 고생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통신사의 신규 서비스 투자비용이 어디서 나왔나. 소비자의 주머니 아니었던가.

김상훈 산업부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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