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 걱정은 좋지만 票퓰리즘은 자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영남권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탈당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 정권이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충분한 검토 없이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 처리를 매끄럽게 못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은 어제 본란에서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이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 국책 사업을 선거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가적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커질 우려가 높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계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다시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약을 부도냄으로써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히 타당성을 검증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이 문제를 재론해도 늦지 않다.

정치인들이 낙후한 지방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비해 영남권 호남권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예산 낭비가 뻔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국가 재정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이 지방공항 유치에 매달린 결과 활주로가 고추 말리는 마당으로 쓰이는 공항도 있었다. 맹목적인 애향심이나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지역 사업은 과도한 유지보수 비용 등 지속적인 부담을 지자체에 안김으로써 지역 발전에도 역행한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되는 지역개발 사업의 규모가 147조 원에 이르지만 대부분 사업성과 수익성은 낮다고 한다.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뉴타운 등 역대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된 사업들의 상당수가 그렇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지역 공약을 남발하는 ‘표(票)퓰리즘’은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국가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기 십상이다. 한 가지를 하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지역과 국가를 책임지겠다는 정치인들이라면 좀 더 합리적으로 비용과 효율을 분석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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