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일본산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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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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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는 얼리지 않은 명태를 말한다. 명태는 먹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다. 얼린 명태는 동태, 말린 명태는 건태로 부른다. 건태도 계절에 상관없이 말린 것은 북어라고 하지만 특히 동해안에서 겨울철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말린 것은 색깔이 누르스름하다고 해서 황태라고 부른다. 코다리는 내장을 제거하고 반쯤 건조한 명태를 말하고 노가리는 2, 3년 된 새끼 명태를 이르는데 주로 말려서 먹는다. 명란은 명태의 알, 창난은 명태의 창자인데 각각 명란젓 창난젓 등 젓갈로 담가 먹는다.

▷명태는 세계에서 유독 한국 사람이 좋아하고 많이 먹는 생선이다. 명태의 한자 明太는 중국에서 온 말이 아니고 우리말이다. 일본은 명태를 ‘스케토다라’ 또는 ‘스케소다라’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한국의 명태를 외래어로 받아들여 ‘멘타이’라고 많이 부른다. 일본에는 생태탕도 동태전도 북엇국도 없다. 명태를 어묵 등의 원료로 쓸 정도다. 서양에서도 명태를 대구과로 분류하긴 하지만 알래스카 폴럭(Alaska Pollack)이라고 해서 대구(Cod)와 구별하고 잘 먹지는 않는다. 영국의 전통 음식 ‘피시 앤드 칩스’에는 대구가 주로 쓰이고 명태는 값싼 대안으로나 쓰인다. 프랑스에서도 대구 요리는 많지만 명태 요리는 없다.

▷명태는 과거 동해에서도 많이 잡혔지만 지금은 해양환경 변화로 국내 연근해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오늘날 명태는 주로 일본 홋카이도 인근 바다, 러시아 인근 오호츠크 해와 베링 해 등에서 잡힌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명태는 거의가 러시아와 일본에서 수입한다. 대부분 러시아산인 동태는 원양에서 잡아 냉동한 상태로 운반된다. 짧은 수송기간이 생명인 생태는 연근해에서 잡아 냉장상태로 운반하기 때문에 100% 일본에서 들여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에 서울 가락동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산 생태를 찾는 손님이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산 갈치나 고등어도 마찬가지지만 갈치나 고등어와 달리 생태는 일본 말고는 수입해올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이대로라면 생태탕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도 줄줄이 문을 닫을 판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산 생태가 사라져 아쉽더니 수입 생태도 구경하기 어려운 날이 오는 건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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