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참모들의 입 가볍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청와대의 한 참모가 최근 “현역 군인이 국방개혁에 반대하면 항명이 되니까 예비역을 대신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런 이중플레이를 하는 현역들이 있다면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가한 국방개혁안에 대해 현역 군인이 불만을 토로하면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는 발언이다. 군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이 항명이다. 명령과 복종은 군을 지탱하는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국방개혁이 필요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가 ‘항명’ 운운한 것은 오만한 자세다. 쓸데없이 군심(軍心)을 자극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개혁 리더십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협상에 청신호가 보인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 수출이 성사되면 4억 달러의 큰 규모인 데다 고등훈련기 첫 수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최종 성사 때까지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도 말이 앞선 느낌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일부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내놓자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 개악” “과거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헌법상으로 독립된 기관인 선관위 내부에서는 “우리가 청와대 하급기관이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것은 정치 선진화에 역행한다. 선관위가 정치권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의견 표명에 좀 더 겸허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참모들은 경쟁적으로 정치권과 언론 등을 공격해 사회 갈등을 증폭시켰다. 그것이 민심이 노 정권에 등을 돌린 한 요인이었음을 지금 청와대 참모진도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