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해 막는 데 쓸 혈세를 잘라먹는 공무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지난 10년 동안 한 해 평균 478건의 산불이 발생해 1157만 m²(약 350만 평)의 숲이 사라졌다. 산불이 발생하면 10여 년이 경과해서야 동식물 등 생태계가 조금씩 되살아날 정도로 피해는 오래 지속된다. 산불이 나지 않도록 평소에 감시 활동을 철저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고, 불이 나더라도 초기에 진화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산불 감시와 진화에 쓰일 정부 예산이 엉뚱하게도 관련 공무원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경북 경산시를 비롯한 10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5명이 산불 감시용 헬기 운영업체 간부로부터 10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모두 6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해(災害) 대책에 쓰라고 매년 시도교육청에 1000억 원 이상 배정한 특별교부금은 교육청 직원과 교사들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으로 둔갑했다. 특별교부금의 집행 실적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한데도 매년 예산을 배정하고 전용한 것은 의도적인 세금 도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성과급으로 전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돈이면 처음부터 예산을 타내지 말거나 원래 용도에 맞게 집행했어야 옳다.

공무원들의 부패와 비리는 공정사회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취약 계층에 지급해야 할 복지 예산을 빼돌려 호화 생활을 하다가 적발됐다. 청와대 직원이 뇌물을 받고 경호작전 문서를 유출하기도 했다.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의 운영권 로비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전직 경찰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젠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재해 예산에까지 손대고 있다. 이런 공무원들과 함께 무슨 수로 공정사회를 만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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