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체에 위험을 초래하는 방사성 물질이 바람에 실려 한국으로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곧 한국으로 방사능이 퍼진다’는 등의 무책임한 루머와 괴담도 퍼지고 있다. 어제는 ‘환경방사능 사고 시 행동요령’까지 트위터를 통해 전파돼 혼란을 부추겼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루머는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까지 피해를 줄 위험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려면 동풍(東風)이 불어야 하지만 한반도에는 찬 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낮다. 설령 동풍이 불어 후쿠시마 지역에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국까지 날아온다고 해도 후쿠시마와 한국은 약 1000km 떨어져 있어 오는 도중 대부분 희석되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한때 최대 400mSv(밀리시버트)를 넘어섰다가 다시 낮아졌다. 지구상에는 자연 방사선이 있어 모든 생명체는 1년에 평균 2.4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쪼인다.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 8밀리시버트, 위장 조영 촬영 때 3밀리시버트, X선 흉부 촬영 때 0.3밀리시버트의 인공 방사선에 노출된다. 멀리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도 있어 국제선 비행기를 1000시간 정도 탈 경우 맞는 방사선의 양은 6밀리시버트 정도다. 이처럼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로 살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쿠시마를 제외한 일본 지역에서 측정된 방사능 수치는 이보다 높지만 아직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방사성 물질이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도 대부분 체외로 배출된다.
2008년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 약 3개월 동안 서울 도심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일본 대지진을 틈타 과학적 근거와 동떨어진 악성 루머를 고의적으로 퍼뜨리는 세력이 있다면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20km 이내 지역의 주민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후쿠시마 상공에 비행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원자로 폭발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국 70개소에서 방사능을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다. 국민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는 일본 지진과 원전 사고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 루머를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