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10분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취재진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가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했다. 약 20분 후 기체 왼쪽 출입구 쪽에서 ‘딱 딱 딱’ 하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 경호원들과 기장은 기체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단순 소음이니 그냥 비행하자”는 쪽과 “회항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지만 소음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운항할 수는 없었다.
공군 1호기가 대통령을 태운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한 초유의 사태는 기체 아래쪽 외부 공기 흡입구 덮개를 고정하는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정비 불량 탓이었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기체 이상은 아니었지만 대통령 전용기의 정비 불량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전용기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공군과 정비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을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안전사고의 원인을 따져 보면 사소한 실수나 고장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광명역 KTX 탈선도 선로전환기 케이블 교체 때 너트 한 개를 빠뜨린 것이 원인이었다.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는 상태에서 탈선했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달 발생한 영광원전 5호기 고장은 2002년 시운전 과정에서 모터 안에 들어간 드라이버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된 1984년 인도 보팔 참사는 밸브 하나를 잠그지 않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1990년 영국 여객기의 조종석 앞 유리가 떨어져 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는 정비공이 직경 8mm 볼트 대신 7mm 볼트를 끼운 데서 빚어졌다.
우리 사회에는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하고 따지는 사람을 좀스럽다고 폄훼하고, 무슨 일이든 빨리 끝내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 경제의 고속 성장기에 타성이 된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가 결국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사고를 불렀는데도 말이다.
제조업체에서도 고참보다 신참 근로자들의 조립라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내구성이 좋다는 말이 있다. 신참들은 매뉴얼대로 조립을 하지만 고참들은 매뉴얼을 어기고 나사를 한두 번 덜 조이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겉으로 멀쩡하지만 속이 부실한 제품이 늘다 보면 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중시하고 매뉴얼 지키기를 체질화해야 한다. 안전사고는 ‘설마’라는 안일함 속에서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