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원유 매장량 세계 6위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유전을 확보하게 됐다. 어제 UAE 아부다비에서 양국 간에 체결된 양해각서(MOU)는 한국이 가채매장량 기준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상업유전에 투자하고, 부존량이 총 5억7000만 배럴에 이르는 미개발 유전 3곳의 독점적 개발권을 갖는 내용이다. 이 MOU는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UAE 대통령,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맺어져 본계약 체결까지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부다비 유전 진출이 성사되면 한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주개발률(총수입량 가운데 우리 측이 투자해 확보한 물량의 비율)은 15%로 껑충 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말 4.2%가 이 정부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 작년 말 10.8%가 됐고, 이번에 다시 15%를 바라보게 됐으니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부의 에너지 자급기반 확충 노력을 평가함에서 인색하고 싶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자주개발률이 20% 선은 돼야 오일쇼크 같은 에너지 위기가 터져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일본은 2007년 이 비율이 22.4%, 중국은 2008년 27.0%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에너지 사용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경제사회 구조여서 자주개발률을 더 높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경제구조로의 재편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부다비 유전은 1930, 4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 1970년대 일본 기업만이 개발에 참여한 ‘석유개발의 프리미어리그’였다. 한국의 참여는 한국 에너지 외교 사상 최대 성과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외국 업체는 참여 기회를 잡기 어렵다.
2009년 한국의 UAE 원전 공사 수주를 계기로 양국은 ‘향후 100년간의 경제파트너’를 지향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협상 1년 만에 체결된 유전 개발 MOU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고 미래 성장동력 개발의 성과가 나오려면 양국의 전략적인 협력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아부다비의 3개 광구에서 우리가 100%의 지분을 확보하고 유전을 직접 개발 운영하면 사실상 산유국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과 사우디 간의 에너지 동맹관계가 악화돼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러시아의 공급 파워가 커졌고 중국이 외국의 유전을 비싼 값에 대거 사들여 미국 일본과 에너지파워 경쟁이 치열하다. 에너지는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요소다. 에너지 외교의 강화로 전통적 에너지의 확보량을 늘려가면서 첨단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병행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