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재스민 혁명’ 눈 감고… 中의 시대착오적 北두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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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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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지난달 28일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1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의 서해 진입과 관련해 “황해(서해)는 매우 민감한 해역이다. 미국은 신중한 자세로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지난달 28일 한미 연합훈련으로 동북아 정세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동북아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관영 중국중앙(CC)TV가 마련한 전문가 대담에서 한 전문가는 “만약 북한이 이번 훈련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사태가 악화되면 한반도에 핵무기가 등장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관영 환추(環球)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응했던 훈련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에 격변이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로 초점이 옮겨졌다”며 “북한의 혼란을 전제로 한 이런 훈련은 북한의 실정을 모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에서는 또 최근 지구촌을 흔들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민주화 혁명과 관련해 엉뚱하게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추시보는 “한국 언론이 재스민 혁명이 북한으로 퍼지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재스민 혁명 이후 한국에서 북한의 격변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만 이는 북한 정세를 부정확하게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에서 잇따르는 이런 언급들은 중국이 아직도 국제 안보 이슈에 대해 국력에 걸맞은 객관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연합훈련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라 강화된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은 중국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와 눈물로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을 보며 온 지구촌이 지지와 박수를 보내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도 민주화를 이루고 인권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은 문명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지구상에서 유례없는 북한의 3대 세습에 최고지도부 인사를 평양으로 보내 축하했다. 최근엔 김정은의 3월 공식 방중설이 나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지는 못할망정 북한에도 민주화와 인권의 향기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세계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중국이 ‘재스민 혁명’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세계가 실망하고 의아해하고 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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