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쓰나미처럼 닥치는 원자재·식품·유가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월 식품가격지수는 230.7로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육류 설탕 유제품 쌀 옥수수 등 주요 식품의 국제 도매가격을 조사해 매월 내놓는 이 지수는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세계적 기상 이변과 세계 경기 회복세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도 가격 폭등을 거들었다.

유가와 원자재값도 크게 뛰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2년 3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두바이유도 97달러로 올랐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집트 사태가 악화돼 만약 수에즈운하가 폐쇄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구리 선물(先物) 가격도 파운드당 4.6달러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이상 한파와 구제역 여파로 연초부터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해외에서 몰려오는 원자재 식품 곡물 원유값 동반상승의 쓰나미가 가세하면 서민과 중산층 가계는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경제에도 주름살이 깊어질 것이다. 자원 빈국(貧國)인 한국이 해외발(發) 인플레이션의 충격에 특히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국제수지 악화, 경제성장 둔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자칫하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2009년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57%,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6.7%로 모두 사상 최저였다. 쌀 자급률이 101%로 수급 균형점을 겨우 넘었을 뿐 밀(0.9%) 옥수수(4%) 콩(32.5%) 보리(44.3%)는 국내 생산량이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식품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고 유통구조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식품물가 불안에 대처하려면 해외에서 대규모 식량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식품산업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연평균 유가를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로 전망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를 훨씬 웃돌 소지가 있다. 다른 원자재나 수입 식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가질 때다. 정부는 해외발 인플레이션 충격을 줄이려면 각종 원자재와 식품, 곡물 수입관세를 잠정적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 원가(原價) 절감과 경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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