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에 경고음 울리는 일본의 ‘연금 고갈’

  • 동아일보

일본의 공적(公的)연금 지급액이 2009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50조 엔(약 677조 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돌파했다. 공적연금에는 전체 국민이 가입한 기초연금, 회사원의 후생연금, 공무원의 공제연금, 복지연금이 포함된다.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급증하는 반면에 연금 납부액은 오히려 줄어 현행 제도가 한계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연금재정 안정 방안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묘수가 없어 보인다.

한국도 앞으로 연금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예측이 2000년대 중반부터 나오면서 사회적 논란과 우려가 커졌다. 2007년 10월 기획예산처는 “2050년이 되면 4대 연금의 연간 적자 규모가 국민연금 106조 원, 공무원연금 50조 원, 사학연금 17조 원, 군인연금 5조 원 등 모두 178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장병완 예산처 장관(현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재정 운용에서 최대 과제는 재정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연금개혁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7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그 이듬해부터 국민연금 부담률은 종전과 같지만 연금을 덜 받는 구조로 바꾸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지난해부터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고쳤다. 정부는 군인연금을 ‘더 내고 현재대로 받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작년 말에 마련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나마 잘한 일이다. 충분하지는 못해도 이런 개혁 작업 덕분에 연금 재원 문제의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개혁으로는 일본 못지않게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재원 고갈 시점을 늦출 수는 있어도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은 당초 예상한 2조 원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1조2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연금도 연간 1조 원 안팎의 적자에 시달린다.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를 위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재정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연금 부담률을 약간 높이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연금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더 줄이는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4대 연금 개혁이 얼마 전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거듭 메스를 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정부는 연금 재원 부족을 막거나 늦출 수 있는 추가대책을 마련해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각종 연금을 관리하는 기관들은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효율적 투자전략으로 연금 재원 확충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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