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정화]명퇴를 고민하게 하는 교육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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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50세 이상 초중등 교원 80% 이상이 명예퇴직을 고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퇴를 신청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주요 이유로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꼽았다. 건강이나 재정 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답한 교원은 7.9%에 불과했다. 명퇴를 고민하기까지 어떤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 등으로 인한 교권 추락이라는 대답이 60.7%로 가장 많았다.

체벌금지 등 환경급변에 무력감

교원들이 교육에 실망감을 느끼고 교직을 떠나려 하는 데에 체벌금지 등으로 인한 교권 추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교원들이 교육에 회의를 느껴 실의에 빠져 있으며 불만이 가득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학교 교육 활동을 주도해야 할 중견 교원들이 앞다투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가 하면 언제 교직을 떠나는 것이 유리한지를 저울질한다 하니 교원들이 교육 활동에 힘을 쏟지 못해 발생할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물론이고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걱정스럽다.

체벌금지를 비롯한 학생 인권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뤘던 학생 인권에 대한 보호의식이 강화되는 것은 다행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교육적인 차원에서 ‘간접체벌’을 하려 해도 학생들이 반발하거나 학부모들의 항의가 제기되면 교사들은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방관자적 자세와 무관심, 심할 경우 교육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교사와 교장 위주의 교육 활동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학교 운영방식의 민주화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노력은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제까지의 학습활동과 학생지도 방식에서 벗어난 갑작스러운 많은 변화로 일선 학교 교원들이 소극적으로 교육 활동에 임하게 된다면 이는 학교 교육 붕괴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의 복장이라든지 두발, 체벌, 학교급식, 방과후 학교 운영 등 학습활동과 학생지도는 기본적으로 학교장과 교사들의 자율적 결정과 실천에 맡겨야 한다. 학교 상황 파악이나 교육 활동 수행에 대한 교원들의 전문적인 판단 및 실제적인 경험은 행정가들이나 의사 결정자들보다 앞서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원은 물론이고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조언 등을 토대로 학교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성취감 높일 방안 마련을

또한 교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자극하고 유도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교육 여건이나 교육 인프라 구축은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모든 자질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 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경영하는 학교장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찬 활동을 늘리면서 유능한 학교장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운용될 수 있도록 그동안의 관치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단위학교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해 학교 자율로 실천하고 평가하며 그 결과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묵묵하게 교육에 전념하는 대부분의 교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신장하는 정책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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