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현장 혼란 수습할 代替罰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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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 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기사단’에서 주인공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 돌로레스 엄브리지로부터 벌을 받는다. 수업시간에 대들었다는 이유로 해리가 받는 벌은 정규 수업 이후 교사의 방에서 반성문을 쓰는 일이다. 선진국 학교에서는 이처럼 일탈학생들을 처벌하는 대체벌(代替罰)이 있다. 반성문 쓰기, 운동장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기, 학부모 호출이 대표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를 전격 시행하면서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초중고교 교사 4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5%가 학생지도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문제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육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체벌로 출석정지나 간접체벌 수단을 내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반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은 부정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엎드려뻗쳐’ ‘강제로 운동장 돌기’ ‘손들고 서 있기’ 등 기합성 간접 체벌까지 금지할 계획이다. 교과부와 교육청의 방침이 서로 다를 경우 대체벌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교과부의 대안인 출석정지가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교과부는 출석정지가 일단 등교한 뒤 따로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정학(停學) 처분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교가 문제학생에 대한 개별 학습지도와 행동 교정까지 해낼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선진국 사례와 과거부터 체벌을 금지해 온 국내 학교들이 어떤 방안을 마련했는지 분석해 더 효과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 학교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운동장 벤치에 앉혀 놓는 방법을 쓴다. 학생들이 자치활동을 통해 스스로 처벌규정을 만들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체벌에 대한 학부모의 생각도 중요한 만큼 공청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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