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수학 포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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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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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만 잘했어도 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요즘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리 영역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며,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어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 분석 심포지엄’에서 이 평가원 박선화 연구위원, 상경아 부연구위원이 공동 발표한 내용이다.

▷수학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지표는 이중적이다. 만 15세(고등학교 1학년)를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은 2000년 2위, 2003년 3위, 2006년엔 분야별로 1∼4위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만 13세(중학교 2학년)가 치르는 수학 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2007년)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597점으로 1위인 대만(598점)과 근접한 2위였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 지수는 50개국 학생 가운데 43위였다.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인 문제풀이 수업을 해 성적은 좋지만 자신감과 흥미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학업 성취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높던 자신감이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떨어진다. 자신감이 부족하면 성적도 낮아지고 성적이 하락하면 결국 수학 과목을 포기하기 쉽다. 수학 과목의 특성상 저학년에서 학습결손이 생기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효과가 누적적으로 커져 결국 수업을 따라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판가름 나는 시기가 대체로 중학교 때다.

▷교육과정에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TIMSS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은 기계적인 계산능력은 세계 최고지만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해결 능력은 수학 못하기로 유명한 미국 학생보다 떨어졌다. 수학이 ‘학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은 수학을 통해 논리력, 추상화 및 일반화 능력,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포기 학생이 늘어나지 않도록 수학 수업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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