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하도야 vs 조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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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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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북부지검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로비 의혹 수사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검찰이 청목회로부터 10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부터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유린으로 규정하고 수사 불응은 물론이고 검찰총장 퇴진, 법무부 장관 탄핵 엄포까지 놓고 있다. 한나라당도 “국가 대사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거들고 있다.

10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은폐 의혹을 청목회 사건으로 덮으려고 의원들을 탄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 대상인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불쌍한 사람들 도운 것뿐인데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대가성 있는 것처럼 몰고 가면 입법자율권이 침해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대변인실은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 검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정치검찰’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치권은 불쌍한 청원경찰의 민원을 처리해준 걸 엄청난 비리인 양 소액 후원금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고, 법 개정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면 뇌물에 해당하는 만큼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당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직 검찰 총수 A 씨는 목욕탕 일화를 들려줬다. “아침에 목욕탕에 갔는데 사람들이 죄다 청목회 수사 얘기야. 내가 시치미 뚝 떼고 ‘수사가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다들 달려들어 ‘청원경찰 같이 힘없는 사람들한테는 10만 원이 엄청 큰돈인데 벼룩의 간을 내먹는 ×들은 죄다 구속시켜야 한다’고 합디다. 내가 완전히 당했어요.” 그는 “여당 대표까지 수사에 압력을 넣고 G20 이후로 넘기면 수사가 길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압수수색의 시기와 대상은 정교하지 못했지만 수사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도 “월급 100만 원 남짓 받는 사람들이 10만 원, 20만 원 모은 로비자금에서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은 것은 좀 그렇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할수록 ‘법대로’라는 칼을 쥔 검찰은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해당 의원들은 수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도 이런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 수사에 응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는 것 같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목회 수사 이후를 걱정하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적으로 돌아서 작은 ‘전투’에서 이기고 큰 ‘전쟁’에서 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안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서로 유리하게 개정하려고 물밑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영장항고제나 참고인 강제구인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검찰 편을 들어주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총수를 지낸 B 씨는 “드라마 ‘대물’이 현실성이 없다지만 너무 재미있고 검찰에도 큰 교훈을 준다”며 “시골 검사 하도야가 거대 권력인 조배호 여당 대표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정치인의 부패, 검찰에 당한 나쁜 경험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검찰은 청목회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되, 다른 수사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견지해야 검찰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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