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非核이 대북정책 근간일 수밖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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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쉼 없이 ‘핵’을 내세워 우리를 위협해 오지만 정작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식상한 연례행사 바라보듯 하며 위협에 둔감해져 가고 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 브루스 베넷은 최근 한 연구를 통해 북한이 10kt급 핵무기로 서울을 공격할 경우 12만5000∼20만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최고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국방부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50여 kg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1, 2차 핵실험 후 40여 kg의 잔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량은 40.5∼63.5kg이며, 두 차례 핵실험에 사용된 5∼8kg을 제외하면 보유량은 32.5∼58.5kg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2008년 6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에서 플루토늄 30∼37kg을 추출했다고 보고하고 이를 전량 무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 없는 경협 확대 신중해야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을 사용해 몇 개의 핵무기를 만들었는지는 북한의 기술력, 탄두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기술 수준에서 약 20kt 위력의 핵무기 한 개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의 양은 8kg이며, 높은 기술 수준에서는 4kg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부는 북한 핵무기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양을 40여 kg으로 추정한다면 약 5∼10개의 핵무기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베넷이 언급한 것의 두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 5∼1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무기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2008년과 2009년 초 국방부와 정보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했다. 2009년 12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이미 여러 개의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발표했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4월 북한은 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이를 개선·강화시켜 나갈수록 한국의 대북정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남북 경제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혹,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조건으로 장기간에 걸쳐 높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며 이 경우 한국 정부는 비용 자체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이에 대한 내부적 논란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핵 보유가 무모한 도발 충동 키워

북한이 올해 들어 공언한 ‘새롭게 발전되고 핵 억제력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의 핵무기 개발은 당장 한국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핵무기 보유국은 주변국에 무모한 도발을 하더라도 핵의 존재로 인해 쉽사리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믿음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천안함 폭침에서 보여준 북한의 무모함은 종래의 도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북한의 핵무기는 역외권에 위치한 미국보다는 한국이나 일본에 더 큰 위협이다. 이 점을 이용하여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의 내부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위협함으로써 유사시 미국의 군사력 투입을 저지하려 할 것이며 핵 보유를 앞세워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접촉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자 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증강되고 지속될 경우 우리는 더욱 심각하고 다양한 위협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사실상 북한 핵실험 전과 후의 우리 안보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과거 정부는 북핵문제 접근에 있어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한편 대화의 실패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으나 대화 자체에만 집중했을 뿐 실패에 대한 대비에는 소홀했다. 이제 북핵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대책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위협은 무엇인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때다. 나아가 위협의 성격과 수준에 부합하는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때다. ‘비핵·개방’이 우리 대북정책의 근간이 돼야 하는 이유이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 youngn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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