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無전략 대화’로 北세습 도와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6일 북한의 대남(對南) 화해 공세에 대해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신보는 “북남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2012년(강성대국 달성 시한)을 위한 노정도(路程圖) 위에 또렷이 내다보고 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향해 돌진하는 수단으로 대화공세를 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조선신보는 북한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매체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2012년을 위한 종속변수로 취급한다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치밀하고 원대한 전략 없이 북한의 제의에 끌려다니다 보면 김정일-김정은 세습만 도와줄 우려가 크다.

북과 대화하기에 앞서 북의 제의에 진정성이 있는지,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북한은 지난주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작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한 뒤 간헐적으로 꺼내는 말장난 수준의 선전공세에 불과하다. 북한이 6자회담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핵 불능화를 재개해야 한다. 북한은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도 천안함 사건을 비켜가면서 남한이 해상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억지 주장만 늘어놓았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기보다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눈독을 들이는 속셈도 뻔하다.

국내 일각에서는 일괄타결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눈앞에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야당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며 대화와 대규모 대북지원을 주장한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으로 대화공세를 펴는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지리멸렬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일괄타결이 가능한 상황도 아닌데, 야당의 주장은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실패로 몰고 갈 수도 있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더라도 정상회담에 환상을 품을 이유가 없다. 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 동의도 받지 않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덜컥 합의해주었지만 돌아온 것은 핵개발과 서해 도발이었다. 2차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지금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천안함 사건 해결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북핵 불용, 천안함 폭침 인정 및 사과 요구는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정부가 북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북의 공세에 휘말리면 3대 세습과 강성대국 선전을 도와주고 마는 꼴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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