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주]한농련-경찰 ‘상생 집회’ 협약, 결과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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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 농민 9000여 명이 모였다. 매년 가을 개최하는 ‘전국농민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것. “수확기 쌀값을 보장하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을 중단하라”는 농민들의 ‘결연한’ 목소리는 다른 해 농민 집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확연히 달랐다. 작년까지는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쌀을 길바닥에 뿌리거나 도로에 쌀 포대를 쌓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최 측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올해 전국농민대회 집회 신고를 하면서 경찰에 “올해는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집회도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년 11월에 열던 행사도 올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고려해 두 달이나 앞당기는 등 국가 행사에 협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도 이에 화답했다. 경찰은 매년 농민대회에 4000∼50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올해는 800명만 현장을 지켰다. 과격시위 진압에 대한 걱정을 덜면서 여의도공원 주변 교통 흐름을 관리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한농련이 집회를 끝내고 여의도공원에서 여의도역까지 2km 구간을 행진할 때는 “행진에 참가하는 농민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경찰 측은 “한농련 측에서 먼저 평화적으로 집회를 열기로 약속한 만큼 이들이 준비한 집회가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한농련은 “어려운 농심(農心)을 전달하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기 때문에 평화 집회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한농련은 그동안 과격 투쟁 위주의 집회시위 문화를 고민해 온 농민단체다. 지난해 말 상급단체인 ‘농민연합’을 탈퇴하고, 쌀 소비 촉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안 중심’의 농민운동을 펴겠다는 뜻도 표명했다.

지금껏 시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농민들의 집회 시위는 ‘쌀 포대 퍼포먼스’나 경찰과의 대치 등 과격한 측면이 많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한농련의 평화적인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한층 부드러워졌고, 이들의 절절한 ‘목소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농련의 평화 집회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집회·시위를 준비하는 시민단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시위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과격한 투쟁구호’인지, ‘다양성’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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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사회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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