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한 입학사정관제’ 무너지면 입시대란 온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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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입시는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전형 규모가 2009학년도 4500명에서 2011학년도 입시에는 3만7600명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학업성취도 이외에 인성 창의성 성장잠재력 등 주관적 요소까지 평가해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 입학사정관제 입시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최근 입학사정관제 입시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부인이 연세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는 스피치 교육업체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아는 선배에게 ‘형, 혹시 연세대 수시 접수하면 연락주세요. 저희 집사람 입학사정관인 거 아시죠. 후배 덕 좀 보시죠’라고 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입학사정관들이 외부 청탁을 받았을 경우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려면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사명감이 필수다.

하지만 지난해 5개 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11억여 원을 지원받아 운영한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훈련과정’이 부실 방만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에 따르면 일부 대학은 지원금을 기자재 구입비로 사용했는가 하면 커리큘럼도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입학사정관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 1명이 평균 57.3명의 지원자를 전형한 것으로 집계돼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평가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대학들이 성적 우수 학생들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창구로 활용하거나 고위층 자녀 또는 같은 학교 교직원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고 뽑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현행 입학사정관제는 공무원 특채 제도와 비슷하다”며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입학사정관제 입시에서 핵심적인 평가 자료인 자기소개서를 돈을 받고 대필해주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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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입학사정관제는 입시 대란(大亂)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공정한 사회’라는 구호에 맞게 입시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면서 서서히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대학들은 대학의 명예를 걸고 철저한 내부 감시와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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