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병호]무엇이 국민을 분노케 했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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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켜야 할 핵심가치가 있다.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핵심가치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유 정의 그리고 번영, 세 단어를 들고 싶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였을 때는 이 세 가지 가운데서 일부를 어느 정도 유보할 수 있었다. 예컨대 빈곤 탈피를 위해 경제성장에 질주하던 시대에는 자유와 정의에 대한 불가피한 유보가 있었고 국민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민주화의 진행과 함께 핵심가치 가운데서도 개인적 자유 또한 선진사회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때로는 자유의 과잉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의로움에 대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정의로움에 대한 감각을 본능적으로 타고난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공정함이 지나치게 훼손될 때는 본능적인 거부감과 분노심을 갖는다.

특별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든 이런 감정을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 환경이 이런 부분이 드러나는 일을 억제할 뿐이다. 절대 빈곤으로부터의 탈피와 자유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요구되는 사회에서 정의로움에 대한 욕구는 상대적으로 사람의 주목을 끌지 못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근래에 이런 욕구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인기를 끄는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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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움에 대한 욕구의 분출이라는 시대의 변화상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실수를 범한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일파만파(一波萬波)의 파장을 불러온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건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유 장관과 외교통상부의 고위직은 ‘이런 결정에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사람의 의식도 크게 바뀌었음을 간과했다. 정의로움에 대한 욕구가 어떤 가치보다 중요성을 띠는 시대가 되었음을 간과함으로써 강한 분노를 일으킨 셈이다.

며칠 전 법을 집행하는 조직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에 직면할지, 그리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정의로움과 공정함에 대한 사람의 욕구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서 불편부당한 법의 집행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한 분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할 때마다 경제적인 파급효과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이해당사자의 주장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었다. 나는 과거에는 편법과 불법을 일부 용인할 수 있었던 사람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으므로 법 집행기관에서 이 점을 간과하면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사회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간다. 정의로움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음을 나라나 국가를 이끄는 사람은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정의로움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가능했던 정책이나 의사 결정이 이제는 설 자리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서로 정의감을 자극할 수 있는 여론 형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 조직이나 나라를 이끄는 사람은 이미 활발히 일어나는 조용한 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책은, 이런 의사결정은 정의로움에 대한 욕구를 침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늘 던져보라.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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