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태블릿PC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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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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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일 공개한 태블릿PC 갤럭시탭은 7인치에 380g짜리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9.7인치에 680g이다. 겉모양만 봐도 두 회사가 PC와 휴대전화를 합친 기기인 태블릿PC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아이패드를 소개했다. 거실에서 PC를 대신해 무선 인터넷이나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번에 토마스 리히터 삼성전자 유럽 부사장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갤럭시탭을 꺼냈다. 집 밖에서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을 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보기 쉽고 들고 다니기 쉬운 크기’인 7인치를 선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를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태블릿PC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성공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이어 1, 2년 뒤로 예고된 스마트TV를 놓고 펼쳐지는 ‘아이(i)군단’과 ‘갤럭시군단’의 ‘스마트 대전(大戰)’이 갈수록 뜨겁다.

▷세계 전자업계도 구경만 하지는 않는다. 일본 도시바는 유럽과 중국 시장을 겨냥해 10.1인치짜리를 선보였다. 미국 대만 업체도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KT가 10일 7인치짜리 아이덴티티탭을 출시하며 LG전자는 연내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아이스테이션은 3D 5인치짜리를 공개했다. 그런가 하면 애플은 차세대 아이패드를 준비 중이고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사이즈의 갤럭시탭을 내놓을 계획이다.

▷태블릿PC의 성공은 기기의 성능보다는 수준 높은 콘텐츠를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음악 전자책 게임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제휴를 통해 확보해 둬야 이번 싸움은 물론 스마트TV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태블릿PC가 많이 팔리자 만화업체의 주가가 오르는 게 이 때문이다.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다양성도 중요한 평가지표인데 현재는 앞서 출시된 아이패드가 우세하다. ‘스마트 대전’에서 기계(하드웨어) 싸움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상상력과 콘텐츠 싸움이 더 중요해져 간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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