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빅 브러더 對패륜’ 입막음으로 덮을 일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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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제기한 정치사찰 논란으로 여권이 극심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러더’와 같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패륜’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갈등은 어제 정두언 의원이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자제 요청을 수용하겠다고 말해 겉으로는 진정 국면에 들어갔으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 의원은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를 촉구하며 반기(反旗)를 든 것 때문에 괘씸죄에 걸려 이 의원 측으로부터 보복성 정치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세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내 수도권 소장파와,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중심으로 한 이 의원 측근들 간의 권력투쟁 때문에 사찰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등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 “실세 의원 부인들의 사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번져 세 의원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조사였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세 의원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찰의 실체가 뭔지, 왜 이 의원을 배후로 지목하는지 혼란스럽다. 무작정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벌일 게 아니라 법적으로, 아니면 다른 합리적 방법으로 문제를 정리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세 의원의 주장대로 보복성 정치사찰이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사사로운 일에 국가정보원이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같은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권력의 사유화(私有化)에 해당한다.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사찰이라는 방법을 이용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세 의원 부인들의 사업과 관련한 ‘집안 단속’ 차원의 사찰이었더라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법이 부여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면 위법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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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된 이상 입막음으로 대충 덮을 일이 아니다. 세 의원은 알 듯 모를 듯한 주장으로 정치적 분란만 일으킬 게 아니라 사찰의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거나, 민형사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이나 경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해야 옳다. 국민이 진상을 정확히 알아야 정치사찰 주장을 둘러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런 공격을 받는 이 의원 측도 자성과 자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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