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은행 ‘950억 원 불법 대출’ 이례적 내부고소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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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그룹 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어제 검찰에 고소했다. 은행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있던 시절에 특정 회사에 950억 원을 대출하면서 적법 절차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전현직 은행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소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신 사장이 은행장에서 지주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본부장들이 바뀐 뒤 대출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불법 대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은행 측의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은행장이 바뀌기 전까지 내부 통제와 외부 기관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은행장 교체 후 1년 6개월 만에 전 은행장의 비리 논란이 터져 나온 경위도 궁금하다.

신한은행의 고소에 대해 신 사장은 “은행장은 결재선상 밖에 있어 불법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은행 고위 경영자들 사이의 ‘파워 싸움’으로 촉발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에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 사장이 은행장 재직 시절 ‘행장님 대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있었으며 이 꼬리표가 붙은 것은 대출심사 규정에 일부 못 미쳐도 대출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 사장은 라응찬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의 서열 2위로 꼽힌다. 2003년 3월부터 6년간 신한은행장을 지낸 핵심 최고경영자(CEO)다. 은행 측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속단(速斷)할 수는 없다.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 주요 은행에서 벌어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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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금융업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감독 소홀이 위기를 부른 중요한 원인이라는 반성이 나왔다. 금융업계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우리 금융업계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은행에 53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쳤지만 은행장 재직 중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금융감독 당국도 전면 조사에 착수해 금융업계 CEO의 일탈(逸脫)을 막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은행 경영자가 사적(私的) 이익을 위해 주주와 예금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는 금융계에서 추방해야 할 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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