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조차 “한다는 낌새만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깜짝쇼’였다. 이-박 회동은 지난해 9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만난 이후 11개월 만이다. 얼마 전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처리와 최근 대규모 개각도 있었던 만큼 두 사람이 할 말도 많았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국회직이나 당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국회의원 60여 명의 친박계 수장으로서 국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심혈을 기울인 세종시 수정안의 실패는 그의 영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박 전 대표의 협조 없이 이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친이-친박 갈등은 당론 분열, 때로는 국정 표류의 원인이었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8일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두 사람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라는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이번에 만난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 두 사람이 배석자 없이 만난 사실만 확인하고 회동 내용 공개는 박 전 대표 쪽에 넘겼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두 분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경제 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막연한 이야기만 했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에 합의했고 어떤 내용에 이견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95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을 이렇게 찔끔 공개해도 되는 건가. 여권에서는 “역대 회동 중 가장 성공적인 회동”이라는 말이 나왔고 친박계도 “화합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했지만 국민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의 실력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국정행위다. 그런데도 비밀 회동 방식을 택하고, 더구나 회동 결과를 청와대가 당당히 발표하지 않고 박 전 대표 측이 ‘찔끔 공개’한 것은 ‘그들만의 정치’일 뿐,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반한다. 대화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억측과 추측이 난무해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동영상=이명박대통령-박근혜전대표 만남은 `짝짜궁 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