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찬욱]인사청문회의 기본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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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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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국민의 관심이 국무총리, 장관과 청장 후보자 10명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쏠릴 것이다. 이미 일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에 적합한 인사를 임명하도록 국회가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절차다. 국회는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인사검증을 거쳐 헌법에 규정된 임명동의권을 의결로써 행사한다. 장관과 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법적으로 기속하지는 않는다. 물론 총리와 장관 모두 임명 여부에 따른 정치적 공과는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이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공은 국회 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의원 개인이나 정파가 후보자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사전적 판단을 바탕으로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것은 의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내정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실시 뒤의 일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위법사실에 대한 사법적 조치도 인사청문회 사후의 일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공직자를 자의적으로 임명하지 않도록 국회가 견제하는 수단이다. 여야가 시종일관 대립각만 세운다면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는 구호에 그친다. 여당은 대상 공직 후보자 비호에 급급하지 말고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소수자 야당은 특정 공직 후보자의 임명을 좌절시키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주권자인 국민이 알 권리를 충분히 확인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보자 자질-능력 검증이 핵심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이 핵심이다.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적 문제는 반드시 따지되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비리나 의혹 사건 조사를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미국 상원의 인준청문회는 행정부 사업이나 공직자 직무수행의 실태 파악과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감독청문회와 공통점이 많다. 조사청문회와 달리 상원이 증언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소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 내정을 발표하면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될 청렴하고 패기 있고 지방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한 미래지향적 지도자로서 김 후보자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가치와 기조인 ‘공정한 사회’와 ‘친서민 중도실용’에 부합함을 강조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많은 국민에게 아직 미지의 인물이다. 전국적인 지명도는 높지 않다. 많은 국민은 김 후보자의 인생역정, 공직수행 성과, 정책 비전과 식견 및 실천 의지가 이 대통령이 말하는 바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궁금증이 풀렸으면 한다.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장관들과의 관계에서 “동렬에 있는 가운데 선임자”다. 내각에서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 도정 경험이 국정운영에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 김 후보자는 준비된 총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인사청문회 시즌이 되면 늘 국회에서는 여야 간 긴장감이 감돌고 의원들은 전투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그런데 여야 간 정파성이 절제돼 드러나는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는 대상 공직이나 인물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법의 해석과 집행을 맡은 사법부의 정상에서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회는 철저히 진행되고 검증 잣대가 엄격하며 인준 거부도 드물지 않다. 행정부 공직 후보자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준청문회가 각 부처 정책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때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와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가 각각 세금 문제와 직무상 거래 의혹으로 인준청문회 직후 자진 사퇴하기는 했지만 다른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준청문회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외교위원회에서의 인준청문회는 진지하면서도 유머와 폭소가 있었고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여야 대립보다 국민 알권리 충족을

현행 법률에 의하면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공직 관련 인사청문회는 특별위원회에서 실시된다. 특별위원회는 선임에 시간이 필요하고 준비의 효율성이나 인사청문의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모든 인사청문회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되도록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리의 경우는 정무위, 사법부 공직자나 감사원장은 법사위에서 하면 된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절제된 정파성을 발휘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방향으로 대통령의 개각 인사가 완료되기 바란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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