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35년 전 온난화 예고한 학자, 올여름 폭염에 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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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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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키스탄에서는 80년 만의 대홍수가 발생해 최소 1500명이 사망하고 4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빠져나온 이들은 구호품은 고사하고 마실 물조차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곳곳에서 가뭄과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스크바의 경우 대기오염도가 8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기상 당국은 “주로 가뭄이나 과잉 채벌 때문에 일어나는 황사로 인해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전염성 세균이 확산되니 공기가 심각하게 나쁜 날에는 외출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에서는 올여름 폭염으로 벌써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그치지 않는다. 특히 올 들어 폭염 현상은 미주 유럽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지구촌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35년 전인 1975년 8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기후변화: 확연한 지구온난화의 입구에 서 있나’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월리스 스미스 브뢰커 컬럼비아대 교수는 또다시 인류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브뢰커 교수는 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예상했던 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자신을 긴급 구제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 이론을 증명하거나 반박하지 못한다”거나 “폭염은 10년마다 찾아오는 고기압에 기인한다” 등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와 기상 연구기관은 지구촌 이상기온의 주범으로 온난화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국 기상청의 기후변화 모니터 책임자 피터 스콧 박사는 최근 미 해양대기청(NOAA) 주도로 진행된 기후변화 연구보고를 통해 육지 기온, 해수면 온도, 북극의 해빙과 빙하, 북반구의 봄 적설량 등 모든 지표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가 더워졌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35년간 지구는 계속 병들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0% 증가했고 평균기온은 섭씨 0.8도 올랐다. 지구온난화 현상의 원인 중 60%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다. 브레이크 없는 기계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무절제가 불러온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게 브뢰커 교수의 경고다.

이종훈 파리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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