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많은 선수의 놀림감이 됐다. 2006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죄악은 실패하는 게 아니라 변하지 않고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 뛰는 최경주 얘기다.
최경주는 19일 스코틀랜드에서 끝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서 2라운드 후 컷오프 탈락해 3, 4라운드에 출전하지 못했다. 2주 연속 예선 탈락이다. 두 대회 전까지 최경주는 15개 대회 연속 예선을 통과했었다. 2주 연속 예선 탈락에서 주목할 점은 그가 두 대회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퍼터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홀당 퍼팅수가 1.768개로 이 부문에서 PGA투어 선수 가운데 57위인 최경주는 퍼팅에 계속 어려움을 겪자 파격적인 퍼터를 꺼내들었다. 위아래에 2개의 그립이 있는 희한한 모양에다 마치 볼링이나 당구를 하는 것처럼 앞으로 볼을 밀어치는 방식이었다. 그의 퍼팅 모습을 보고 동료 선수들은 킥킥대고 웃었다. 하지만 최경주는 언론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동안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거다 싶으면 항상 남보다 먼저 사용했지요. 주위에서 뭐라 하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2006년 사각형 드라이버를 사용했을 때에도 세상 사람들은 ‘참치 캔 따는 소리가 난다’고 놀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아시아 선수로 어떻게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올랐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애플이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인 아이폰4 때문에 미국이 시끌시끌하다. 아이폰4의 왼쪽 아랫부분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통화할 경우 수신감도가 뚝 떨어지는 데스 그립(Death grip) 현상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일부 고객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했다. 이른바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다.
2월부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기자가 애플에 더 실망한 건 아이폰4가 기존의 아이폰3GS보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화질이 다소 선명해지고 몇 가지 기능이 새로 추가됐을 뿐 애플의 상징인 혁신 창조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애플에는 기존 시장의 판을 갈아엎는 신선함이 있었다. 기자도 2월 아이폰을 처음 샀을 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런 휴대전화가 있구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내놓았을 때도 아이디어의 독창성에 감탄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그동안 열광하던 시장이 이번에 실망한 건 애플이 시장을 뒤엎는 창조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이폰4가 악전고투하는 동안 ‘반애플’ 전선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갤럭시S 출시 이후 32개국에서 100만 대를 팔아치웠다. 해외 리뷰매체에서는 호평 일색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믿을 수 없는(Incredible) 폰”이라고 극찬했다. 국내에서도 최단기간(출시 19일)에 판매 3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에 일격을 맞았던 삼성전자가 반전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아이폰을 넘어서는 스마트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비록 선제적인 공격을 받았지만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아 후발주자로 성공모델을 만들어간 것이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하고 있는 애플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삼성전자의 사례는 냉정한 정글이나 다름없는 글로벌 시장에서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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