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크루그먼]美‘실업수당 연장’ 반대론의 오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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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난을 맞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 하나에 구직자 5명이 대기하고 있다. 평균 실업기간은 35주에 이른다. 현재 미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장기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런데 상원은 실업수당 연장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를 떠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현재 미국은 무자비와 우둔, 혼돈으로 가득 차 있다.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을 막으려는 냉소적 계산을 하고 있다. 거기엔 국민의 경제적인 고통을 완화해주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샤론 앵글 상원의원 후보(공화·네바다)는 “실업자들이란 실업수당을 받아먹기 위해 고의로 직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실업상태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고개를 숙이고 정직하게 일자리를 얻을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정부에 너무도 많은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시민들을 응석받이로 만들었다”고 개탄한다.

나는 현재 미국의 실업자들이 응석을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망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증거를 들이대도 앵글 후보의 세계관을 바꿔놓기란 힘들 것이다. 불행하게도 정치권엔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적어도 몇몇 정치인이 실업수당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존 킬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실업수당 연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직 동기를 꺾기 때문에 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믿음이 왜 치명적 실책인지 이야기해보자.

먼저, 실업수당이 구직 동기를 축소시킬 것인가. 그렇다. 실업수당을 받는 근로자들은 수당을 못 받는 근로자만큼 절박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과정에서 ‘약간’ 더 까다로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간’이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후한 실업수당이 고용을 낮추는 효과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근로자의 근로의욕이 성장을 더욱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듯 현재는 경기호황 상황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자리 1개에 5명이 매달리는 상황이다. 실업수당을 삭감하면 실업자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구직에 매달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없는 일자리를 찾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일자리 부족의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업수당을 통해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은 소비지출을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의회예산국도 실업 보조금을 고효율 경기부양책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실업수당 지급은 일자리를 더욱 빨리 창출해낼 수 있는 처방이다.

실업수당 연장이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약간’은 그렇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인색함은 장기적인 재정적자 탈출 대책이 될 수 없다. 실업자 구제비용에 인색한 것은 무자비할 뿐 아니라 그릇된 정책이다.

과연 이러한 논쟁을 끝낼 수 있을까. 솔직히 공화당원들에겐 기대하기 힘들다. 미 의회에는 실업자 보조금 정책을 반대하는 중도주의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자신의 오류를 깨닫고,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용기는 그들 자신에게 달렸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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