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기 소르망]서울, 아시아 도시디자인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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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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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대도시는 정권의 성격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마닐라는 필리핀 정부의 비효율을 반영하듯 무질서하고 혼돈스럽다. 상하이(上海)는 눈길을 끄는 도시적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외관처럼 단지 외국인투자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것이다. 베이징(北京)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겉모습 뒤에 실제 의미 있는 경제활동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베이징은 쯔진청(紫禁城)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거가 깡그리 면도질됐다. 옛 삶의 공간에 사무용의 저급한 고층건물과 주거용으로 급조된 아파트가 들어섰다. 베이징은 이제 자신의 모든 특징과 매력을 잃었다.

도심 곳곳 역사와 휴식공간 공존

재앙에 가까운 이런 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은 옳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 서울에서는 버젓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걸어 다니거나 차를 운전하는 일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변했다. 최근 몇몇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서울 재창조의 이념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서울의 역사적 중심을 보존하고 놀이와 휴식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서울의 일상이 향상됐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베이징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서울엔 여전히 농촌과 지방도시에서 밀려오는 이주민(아마도 머지않은 날에는 탈북자까지)을 수용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론적으로 이런 엑소더스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실제 한국인이 살기 원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에 가장 좋은 일자리와 가장 좋은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집중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현 서울시장은 민간 개발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도시로서 기능하는 거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의 건설이 그것이다. 이 초고층 건물에는 주거공간과 사무실, 학교와 병원 등 공공시설, 여가장소가 모두 들어간다. 이런 수직적 집중을 통해 부족한 용지에 여유를 주고 서울의 풍경을 보존하며 이 도시의 역사성을 지키는 것이다.

현재 3개의 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올림픽경기장 주변과 용산, 미래 디지털미디어시티의 서울라이트타워가 들어서는 상암동이다. 특히 용산은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드가 디자인한 것으로 미군 주둔기지의 철수라는 조건과 맞물려 있다.

남산 봉수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서울라이트타워의 모형을 바라보면서 나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높이 540m의 초고층건물에 살고 싶어 할지 자신이 없다. 특히 2만5000명이 거주하면서 사무실과 상점까지 고려할 때 5만 명의 방문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말이다.

5만 수용 초고층건물 추진 인상적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시장을 연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반 주거공간보다 더 고급으로 평가되고 안락하고 에너지 면에서 경제적인 타워빌(tower-ville)에 살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이들 초고층 소도시를 서로 연결하고, 이들을 서울의 역사적 중심지 및 인천공항과 연결하는 일이 남게 된다. 공중열차가 그 일을 맡게 될 것 같다.

이 새로운 도시의 비전 속에서 나는 서울을 넘어 아시아의 대도시를 위해 가치가 있는 모델을 본다. 중국에서는 앞으로 30년간 3억 명의 농민이 도시로 밀려들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메이드 인 코리아, 즉 아시아의 메트로폴(M´etropole)이라고 불리는 상품을 팔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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