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민간인 사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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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신건, 이성남 의원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내사하고 사무실을 불법 압수 수색했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지원관실 소속 직원이 (블로그를 운영한) 김씨의 사무실에 들어가 회계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검찰에 넘겨줬다”면서 “지원관실이 한 국민, 한 개인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할 권한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민간인에 대해 조사한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촛불 시위 직후인 2008년 7월 생긴 이 기구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감찰 기구로 ‘관가의 암행어사’에 해당된다.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는지 감시하고 조사하는 곳이다. 지난해 여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인 경남 김해시 정산컨트리클럽에서 모 기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경남지방경찰청장, 사단장,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창원시장 등을 적발해 해당 기관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소환하거나 수사하는 것은 위법이다.

▷지원관실의 책임자가 청와대에 활동 내용을 보고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건 의원은 “책임자인 이인규 지원관(2급)이 청와대의 이영호 대통령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이다. 정작 직속상관인 국무총리실 상급자들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은 공식적인 보고 라인보다 ‘포항 커넥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얘기가 된다.

▷국무총리실은 국회에서 사건이 불거진 3일 후인 24일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대기 발령했으나 그 뒤로는 아무런 해명도, 조치도 없다. 대기발령 당시 ‘물의를 빚어 직위 해제한다’고만 간단히 밝혔을 뿐이다. 공무원 비리를 조사하는 감찰기구가 왜 민간인에 대해 조사에 나섰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하다. 국무총리실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면 의혹만 더 증폭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힌 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징계할 것은 징계하는 것이 그마나 파문을 줄이는 최선의 길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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