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민주당은 17일 발표한 참의원 선거공약에서 ‘강한 경제와 강한 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간 나오토 신임 총리는 전임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달콤한 선심정책을 내세워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정책을 내놓기만 하고 수습을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리다 지지율이 70%대에서 8개월 만에 10%대로 급락한 끝에 결국 퇴진했다.
간 총리는 새 공약에서 균형보다 성장을, 복지보다 세수(稅收) 확보를 강조했다. 현행 5%인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퍼주기 논란을 불러온 유류세 폐지와 고속도로 무료화에 제동을 걸었다. 핵심 복지 공약이었던 아동수당도 당초 목표인 월 2만6000엔 지급을 포기했다. 국채와 지방채를 합쳐 1000조 엔(3월 말 기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난을 타개하지 않으면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새 내각이 소비세율은 높이면서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연립정권을 이룬 영국의 대니 알렉산더 예산장관도 17일 “전임 노동당 정부의 340억 파운드 규모의 217개 프로젝트를 검토한 결과 올 들어 추진한 12개 사업을 폐지하고, 12개 사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고령자와 16세 이하 청소년을 위한 수영장 무료 이용제 도입, 인문계 박사과정 학생 100명을 위한 장학금 신설도 보류했다. 청년실업자 대책비용 중 10억 유로를 삭감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서 보듯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이에 앞서 백용호 국세청장은 9일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 18% 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잦은 선거와 정권교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재정은 부실한데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으로 세수가 부족하다 보니 국채발행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6·2지방선거에서 여야 정당과 후보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비롯해 일단 쓰고 보자는 포퓰리즘성 공약을 펑펑 쏟아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대선, 재·보선까지 선거가 없는 해가 거의 없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재원(財源)은 묻지마’ 식의 선심정책이 쏟아진다면 재정위기가 한국을 피해가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