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선]공기업혁신, 문제는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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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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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2009년도 96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하여 발표했다. 기관장과 기관을 따로 평가한 결과 기관장 평가에서는 우수 5, 양호 26, 보통 45, 미흡 19, 아주 미흡이 1명이었고, 기관 평가에서는 S등급 1, A등급 22, B등급 44, C등급 16, D등급 12, E등급 1개 기관으로 나타났다.

성과평가를 토대로 재정부는 기관장 평가에서 ‘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한국안전관리공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를, 미흡 판정을 받은 19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했다. 평가결과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주효하여 2008년에 비해 공공기관의 경영이 개선됐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정부의 평가대로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경영성과는 나아졌을까. 평가결과에 따르면 단 한 명의 기관장도 평가 점수 90점 이상에 해당하는 ‘탁월’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우수’ 점수를 받은 기관장은 5명에 불과했다. 평점 60점 미만 낙제점수인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장이 19명이나 되었고 평점 50점 미만인 ‘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장도 여전히 있었다. 평가 점수 60점 이상∼70점 미만에 해당하는 ‘보통’이 50%에 육박하는 45명이나 됐다. 기관평가에서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했다. 지속적인 경영평가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이 크게 나아진 점이 없음을 보여준다.

연봉감축, 인력구조조정, 노사관계 정상화, 공공기관 평가에 따른 기관장 해임과 성과급 차등 등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성은 ‘국가소유+독점+규제’ 구조를 가진 경쟁이 결여된 산업조직과 공익이라는 그럴듯하지만 모호한 경영목표에 기인한다.

둘째, 공공기관의 실소유주인 일반 국민은 자신이 주인이라는 의식이나 실질적 지배권이 없고 국민의 위임에 따라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와 이들의 재위임을 받아 공공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진은 공익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임직원의 이해관계에 편향된 행동을 할 인센티브를 갖고 있어서다.

이런 원인으로 볼 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기관장을 해임 또는 경고하고 성과급을 감액하는 방법이나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차등만으로는 공공기관 경영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데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비효율성의 원인은 공공기관의 산업조직, 추구하는 목표, 위임 대리 관계의 복잡성에 있는데 대응책은 겨우 복잡한 위임 대리 관계의 말단 대리인인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징계나 금전적 보상 제한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신의 직장’이라 일컬어지는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에 대해 얼마 되지 않는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미흡’이나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이나 기관에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은 현재의 대책이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기관 비효율성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영화와 경쟁 도입을 근간으로 공공기관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기관으로 불가피하게 유지해야 하는 기관도 경영목표와 사업범위의 명확성을 높이고 예산제약을 엄격하게 해 방만한 경영을 강력히 제어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 법적 독점으로 똬리를 틀어서 산업화와 시장화를 가로막는 서비스와 콘텐츠 부문에서의 진입 규제 폐지는 당면한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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