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 잃은 한나라당, 환골탈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어제 뚜껑을 연 6·2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이 총체적으로 패배했다. 이날 밤 12시 현재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서울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개표가 끝날 때까지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薄氷)의 승부가 벌어졌다. 기초단체장까지 포함할 때 한나라당이 차지했던 상당수 지역이 야당에 대거 넘어간 대패(大敗)였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은 50%를 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다 천안함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에 힘입어 우세를 달렸지만 시간이 흐르며 유권자들의 여당 견제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젊은층의 막판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종 투표율(54.5%)이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가운데 1995년 1회 지방선거 때(68.4%) 이후 가장 높았다.

한나라당은 일부 지역에서 낙하산식 공천으로 지지표의 분열을 초래했다. 충남 경남 강원 등에서는 중앙정치 논리와 특정실세 개입,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부실 공천이 많았다. 영남권과 수도권의 상당수 지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는 공천으로 범여 후보끼리 표를 갉아먹는 난맥상이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고, 일부 후보 진영의 자만이 어우러져 나쁜 영향을 미쳤다.

야권이 정파와 노선을 초월한 후보단일화까지 이루면서 ‘MB정권 심판’의 칼날을 가는 동안 한나라당은 ‘웰빙 체질’에 빠져 사태 분간을 못한 것이다. 이런 자세로 집권 후반기 분열과 레임덕을 극복하고 선진화를 위한 개혁과제를 추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에선 친노(親盧·친노무현) 후보 상당수가 선전했다. 서울(한명숙) 충남(안희정) 강원(이광재) 경기(유시민) 경남(김두관) 등 5개 시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30여 곳의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친노 후보들이 기세를 올렸다. 유권자들이 이념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세대교체를 지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스스로의 비전과 정체성 확립보다는 친노 인사들에게 후보 자리를 대거 내주고 과거의 추억을 팔아 선거를 치르는 한계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여당과 생산적 정책경쟁을 통해 수권야당의 면모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여야는 이제 민생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6·2선거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기득권 유지에 매달리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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